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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제주에서 회상되는 과거와 새로운 시작. 영화 <늦여름> 한국사람에게 제주도란, 가깝지만 멀고, 익숙하지만 특별한 곳이다. 그래서 그 곳에 얽힌 추억들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다. 영화는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게스트하우스 주인부부인 정봉(임원희)과 성혜(신소율)는 몇 년 전 인도여행에서 처음 만나, 제주도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운명이라고 느낀 두 사람은 결혼하여 벌써 2년 째 제주도에서 알콩달콩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늦은 여름날, 한 남자 인구(전석호)에 이어서 친구사이인 두 여자 채윤(정연주), 하서(권하서)가 투숙객으로 방문하게된다. 사실 성혜와 인구는 연인사이였다. 인구는 홀연히 사라진 그녀에게 갑자기 떠나버린 이유라도 듣고싶어하지만, 성혜는 이제와서 굳이 그런얘기를 하고싶지 않다. 두 사람 모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리고..
스토리 조각들의 퍼즐여행. 천재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리뷰/후기 스토리 조각들의 퍼즐여행. - 후기/리뷰/해석 시작이 가운데다. 가운데에서 시작한다.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정말 좋은 영화들은 관객을 위한 공간을 남겨둔다. 완성된 영화는 8~9까지만, 나머지 1~2는 개인의 경험이나 상상으로 채워주어야 비로소 한 작품이 완성되어 마음속에 저장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5~6정도만 채운 채 엔딩크레딧을 올린다. 일부 관객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고 논리적인 접근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나에겐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를 리뷰할 때 "연출이 어떻네, 연기가 좋았네, 어쩌네 저쩌네." 이 같은 분석적인 사고를 할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이 영화가 던지는 여러 조각들과 내 경험이 묻은 조각들로 퍼즐을 맞춰..
분단체제가 낳은 어느 희생자의 이야기. 이범수 주연의 <출국> GV시사회 2018.11.14개봉 처음엔 테이큰 이범수 버전인줄 알았으나, 무늬만 첩보액션이지, 분단국가의 설움을 장황한 픽션으로 표현한 실화바탕 휴먼드라마. 1986년, 베를린에서 유학중인 평범한 경제학자 영민(이범수).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걸(가족) 잃어버리고 가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어느 아버지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기를 그린 영화다. 시대적 배경에 주목. 기본 스토리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나, 분단체재속에서 힘 없이 희생되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평화가 올 것을 암시하는 배경이다보니 일각에선 개봉전부터 논란이 있는 영화지만, 작품을 막상 들여다 보면 그다지 정치색을 띠고 있지는 않다. 실화바탕 이야기. 영화 오프닝에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자막이 올라..
다큐를 닮은 상상 픽션, 주목할 신인감독 '정가영'의 <비치온더비치> 외 정가영 단편 3편 가까이 보면 생기발랄. 멀리서 보면 쓰디씁쓸. 곱씹어 보면 추억가득. 영화 를 보고싶었는데, 상영관이 너무 없는 관계로, 도저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정가영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다시 찾아 보기로 했다. 비치온더비치, 옛 연인이었던 두 사람. 어느 날 전남친(정훈)의 집으로 찾아간 전여친(가영) 20대 청춘들의 실용 언어(?)를 구사하며, 질투, 연민, 추억, 유혹 등 다양한 감정을 오로지 대화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땐. 이거 시나리오는 있는건가? 살벌한 롱테이크는 의도된거야? 배우들은 대사를 외워서 하는거겠지? 여러 궁금증이 들었지만,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에서 애드립은 거의 없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신인감독님이시구나 싶었..